2020년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는 정치 풍자 코미디 장르에서 보기 드문 흥행작으로, 배우 라미란의 독보적인 코미디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줄거리보다 ‘캐릭터’에 있는데요, 거짓말을 못하게 된 정치인의 이야기라는 참신한 설정을 통해 각 등장인물이 어떤 식으로 진실을 마주하고, 또 숨기려 하는지가 유쾌하게 그려지죠. 오늘은 영화 정직한 후보 속 주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왜 이 영화가 웃기면서도 묘하게 공감됐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라미란이 만든 '진실의 입' - 주상숙 캐릭터
주상숙은 영화의 중심입니다. 서울 3선 국회의원으로, 겉보기엔 깔끔하고 강단 있는 정치인이지만 실제로는 온갖 쇼와 거짓말로 이미지를 관리해온 인물이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진실밖에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면서 인생이 완전히 꼬여버리게 됩니다. 이 황당한 설정을 진짜처럼 만들 수 있었던 건 배우 라미란의 존재감이 큽니다.
라미란은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생동감 있는 표정 연기와 타이밍 좋은 리액션으로 ‘진실의 입’이 되어버린 주상숙을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특히, 말이 나오는 순간 본인도 당황해하고 그걸 주워 담으려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빵 터질 수밖에 없죠. 이 캐릭터는 단순히 웃긴 게 아니라, 진짜 정치인 같으면서도 인간적인 결점을 지닌 인물이라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주상숙은 단순한 풍자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거짓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바꿔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엔 본능적으로 숨기려 하던 사람이, 결국 진실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죠.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묘사되면서, 코미디이지만 나름의 메시지까지 전달된답니다.
거짓 없는 코믹 파트너 - 박희철 비서
주상숙의 비서인 박희철은 이야기 속에서 ‘현실 반응’을 담당하는 캐릭터 입니다. 주상숙이 갑자기 진실만 말하게 되자 제일 당황하고 곤혹스러워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현실적이기 때문에 웃기기도 하면서 공감이 가요. 정직한 후보는 박희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유쾌한 개그의 타이밍을 제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배우 김무열은 진지함과 코믹함을 적절히 섞어 박희철을 표현해냅니다. 주상숙의 발언을 듣고 땀을 줄줄 흘리거나, 무대 뒤에서 괴로워하며 참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로도 작용합니다. 김무열은 주상숙과 대립하는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혼란을 같이 겪는 조력자 역할에 가깝습니다. 이 둘의 호흡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드라마 속 절친한 정치 콤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그리고 박희철은 끝까지 주상숙 곁을 지키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센스를 발휘하는 인물로, 관객들에게 의외의 따뜻한 모습까지 선사하는데요, 코믹 보조 이상의 감정선이 살아 있끼 때문에, 웃음 뒤에 남는 여운 톡톡히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변인물들이 만든 입체감 - 엄마, 남편, 경쟁 후보
정직한 후보는 주상숙과 박희철만으로 구성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녀의 주변인물들도 하나같이 캐릭터가 살아 있고, 각각의 역할이 뚜렷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주상숙의 할머니이자 ‘말문이 트인 원인’이 되는 외할머니예요. 전통적인 어른의 가치관과 진실함을 가진 이 인물이야말로, 주상숙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 할 수 있죠. 이 외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주상숙이라는 캐릭터가 왜 그렇게 변하게 됐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은 주상숙의 남편. 그는 초반에는 그냥 ‘조용한 남편’ 정도로 보이지만, 아내가 변해가면서 같이 흔들리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부부의 관계 역시, 영화 속에서 잔잔하게 큰 변화를 담아내며 웃음 뒤에 감동을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정치 라이벌로 등장하는 후보도 빼놓을 수 없죠. 이 인물은 주상숙과의 대조적인 성격을 통해 풍자적인 면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우리가 정치 뉴스에서 본 듯한 익숙한 유형을 자연스럽게 패러디합니다.
정직한 후보는 줄거리 자체도 재밌지만, 그 재미를 살려낸 건 결국 캐릭터들이에요. 라미란이 연기한 주상숙을 중심으로, 각 인물이 상황에 맞게 유쾌하게 반응하고, 진실을 마주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들이 이야기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웃긴데 공감되고, 가볍지만 허투루 만든 이야기가 아닌 영화. 정직한 후보는 그런 작품입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서, 다시 봐도 웃음 포인트가 다르고, 볼수록 정이 가는 영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