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50대인 저에게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당시 사회 분위기와 개인적인 기억이 겹쳐져 더욱 깊은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실미도를 50대 시선에서 되돌아보며, 당시 기억과 감정, 그리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실미도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과 먹먹함
사실 실미도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낯설었습니다. 뉴스나 교과서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던 단어였죠.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684 부대’라는 실존 부대 이야기가 펼쳐지자 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아니 어쩌면 일부러 외면해왔던 진실이 스크린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30대 후반이었고, 사회적으로도 여러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나이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국가란 무엇인가’, ‘희생은 왜 늘 개인의 몫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죠. 특히 설경구가 연기한 강인찬 캐릭터가 보여주는 분노와 절망은, 너무도 인간적이면서도 절실했습니다.
50대를 살아가는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그 장면 하나하나가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들의 분노, 좌절, 그리고 마지막 선택까지. 그저 ‘정치적 희생자’라는 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적인 고통과 외침이 있었던 것이죠.
당시 시대 분위기와 개인의 기억이 겹치다
실미도 사건이 일어난 건 1970년대 초반, 저도 그 시기에는 아주 어렸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기억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묘사한 시대 분위기 — 냉전과 분단, 그리고 군사정권의 권위적인 태도 — 는 이후 제 학창 시절과 20대 초반에도 뚜렷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릴 적 동네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 이야기, TV 속 엄숙했던 보도 방식, 공포심을 조장하던 국가 이미지. 그 모든 것들이 실미도라는 영화 속 현실과 겹쳐졌습니다. 특히 “명령이 내려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마라”라는 군대식 명령 체계는, 당시 군필자였던 제 경험과도 일맥상통했죠.
영화를 본 후, 저는 아들과 딸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들도 놀라워하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숨겨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걸 지금에서야 알게 됐는지.
이처럼 실미도는 단지 684부대의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가 겪은 시대와 그 기억을 다시 꺼내게 만들었습니다. 50대인 제게는 이 영화가 마치 ‘기억의 조각’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듯한 경험이었어요.
영화가 남긴 감정,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영화의 마지막 장면,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부대원들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당시 극장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모두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거나, 마음속으로 그들을 애도했죠. 그건 단지 영화 속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한 게 아니라, 실제 그 시대를 살다간 이들에게 보내는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50대가 된 우리는, 과거를 단순히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고, 그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영화 실미도는 그래서 더욱 특별합니다.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또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이야기니까요. 실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단지 흥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실미도는 50대인 저에게 ‘기억’과 ‘책임’을 동시에 일깨워준 영화였습니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건, 단지 옛일을 되새기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꼭 한 번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